목소리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한 범죄수사드라마 '보이스'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그린 미드 CSI를 보면 사건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지문'입니다. 범인이 실수로 범행을 저지르다 혹시라도 남겼을지 모르는 흔적을 찾는 것이 첫 번째인데요. 목소리에도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성을 띄는 '성문'이 있어, 성문분석을 통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문분석을 활용한 수사기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장르물 드라마 '보이스'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112신고센터장 강권주(이하나 분)는 남들과 다른 청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어린시절 눈을 다친 이후 일반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기계적인 성문분석을 통하지 않고서도 동일한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절대 청감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이를 이용한 '목소리 프로파일링'으로 호흡수, 음성의 높낮이, 떨림 등을 통해 심리를 유추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소리를 듣고서 사물이 무엇인지 위치 등을 파악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줍니다.

 

보이스 프로파일링이라는 신선한 소재 이외에도 OCN 역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선악의 대비는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절대 악으로 나오는 은형동 형사 부인 살인사건의 진범은 강력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피해자를 최대한 놀이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잔인하게 죽이는 패턴을 보이는 범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 시키면서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드라마 초반에는 또 다른 주인공 무진혁(장혁 분) 형사의 후배 심대식(백성현 분)이 진범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증거까지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을 가진 배후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두 사람을 빼 놓고는 모두가 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의문스러운 캐릭터가 많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인데요. 8회가 되어서야 진범이 첫 등장하여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선사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OCN 홈페이지

 

두 번째는 '리얼한 범죄 묘사'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특히 첫회에 시청자를 확 끌어당길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으면 성공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수목드라마 '김과장'처럼 최약체로 꼽히던 작품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반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경쟁작에서 갈아 탄 시청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극이 어느 정도 전개가 된 이후 스토리 파악이 어려운 장르물의 경우에는 매우 희박한 케이스라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초반 흡입력이 중요한데 드라마 보이스는 60분은 10분처럼 만드는 몰입도 높은 극본으로 단 3회만에 시청률 5%를 넘기는 등 그야말로 OCN 채널에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비교적 제약이 적은 케이블만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1회부터 수위 높은 사건을 선보이면서 스릴러 장르의 장점을 잘 살렸습니다. 이후 점점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강도가 세지더니 결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게 되었는데요. 차라리 기존의 15세 이상 관람가에서 상향조정해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점점 확대되는 증폭되는 갈등 또한 매회 본방사수를 하게끔 만드는 요소입니다. 보이스 역시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타 수사물처럼 주인공이 관련된 중심 서사가 진행됨과 동시에 개별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개별적인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의 묘미와 더욱 개연성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회 가해자로 짧게 출연하는 조연들은 물론 주연 배우들까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완성도를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