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

고품격 음악방송을 표방하는 '라디오스타'가 지금은 평일 예능의 절대강자로 불리지만, 한때는 황금어장의 간판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의 그늘에 가려져 방송시간이 5분, 10분도 채 되지 않는 굴욕적인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한번의 녹화분량을 2~3회에 나누에 방송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는데요. 곁들이 방송이란 비웃음에도 그 자리를 꿋꿋히 지켜낸 MC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라디오스타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편 시기마다 폐지의 위기를 느끼며 마무리 멘트로 항상 "다음주에 다시 만나요 제발~!!"을 외치던 MC들의 애절한 외침이 시청자들에게 通했습니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를 제외한 -물론 김구라도 중간 하차했다 복귀했지만- 나머지 한 자리의 진행자는 늘 사건 사고로 교체를 반복했습니다. 마지막 규현이 합류하고 5인 체제가 이어지다 유세윤이 하차하면서 지금의 4인체제가 자리잡았는데요. 귀여운 밉상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규현이 연내 군대 입대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임으로 누가 빈자리를 채워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라디오스타가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예능에선 볼 수 없었던 MC들의 게스트 물어뜯기 식의 진행이 한몫했습니다. 이런 공격적인 진행은 '라·스'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도 했는데요. 여타 토크쇼에서는 톱스타를 섭외해 뻔히 예상되는 문답을 통해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었다면, 라·스에서는 김구라를 필두로 하여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연애사, 루머 등을 거침없이 묻고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게스트가 사실을 말하게 되곤 하는데요.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진행으로 시청률을 잡았지만 여배우들이 기피하는 프로그램이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지난 이야기, 요즘은 예전보단 수위가 낮아져 부드러운 분위기가 게스트들을 한결 편안하게 해주고 있는데요. 덕분에 신인 배우나 개그맨 등 예능에 처음 출연하는 분들이 마음껏 끼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라디오스타를 통해 대세로 자리잡거나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스타들도 정말 많습니다.

 

게스트 선정 방식에 있어서도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물론 작품 활동을 앞둔 배우와 앨범, 콘서트 홍보를 위한 가수들 출연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예능에서 보기 힘든 분들이 출연하여 레전드 편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단역이나 조연으로 자주 접했지만 이름까진 기억나지 않는 신스틸러 배우 또는 신인 배우들이 그동안 감춰뒀던 예능감이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에피소드 역시 다른 곳에서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죽어가는 토크도 맛깔나는 연기력으로 살려내곤 한답니다.

 

그래도 라디오스타의 마무리는 고품격 음악방송 답게 게스트들이 토크 주제에 맞는 선곡해온 노래를 듣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요. 가수가 아니더라도, 노래를 잘 부르지 않더라도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게스트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500회를 라디오스타,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만 계속 유지해준다면 '어쩌다 500회'가 아닌 600회, 700회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